신장 질환으로 인해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들은 다양한 합병증에 노출될 수 있으며, 그중 '저체온증'은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문제입니다. 투석 중 저체온증은 환자의 불편감을 넘어 혈압 변화, 심혈관계 부담 증가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, 그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.
혈액투석은 환자의 혈액이 체외의 투석기를 통해 순환하는 과정에서 노폐물을 걸러내는 치료입니다.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인으로 인해 환자의 체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. 저체온증은 환자에게 오한, 떨림 등의 불편감을 줄 뿐만 아니라, 혈액투석 효율과 전반적인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예방과 관리가 필요합니다.
1. 혈액투석 중 저체온증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
혈액투석 중 환자의 체온이 떨어지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합니다.
- 체외 혈액 순환 및 열 손실:
- 투석기 회로를 통한 열 손실: 환자의 혈액은 투석기 내부의 회로와 투석막을 통해 체외로 순환하게 됩니다. 이 과정에서 혈액은 외부 공기와 접촉하고, 투석기 기계 자체의 온도가 체온보다 낮을 경우 혈액의 열을 빼앗아 냉각시킵니다. 인체는 항상 36.5~37℃의 온도를 유지하려 하지만, 투석기 외부로 노출된 회로를 통해 열이 지속적으로 손실됩니다.
- 혈액 희석 효과: 투석 과정에서 체내 수분이 제거되는 동시에, 투석액(Dialysate)이 혈액과 만나 노폐물을 교환합니다. 투석액의 온도가 체온보다 낮거나, 투석액 내 전해질 농도 변화로 인해 혈액이 희석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체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.
- 혈관 수축 및 혈액 재분배:
- 급격한 체액 제거: 투석 중에는 환자의 몸에서 과도한 수분(초과 체액)이 빠르게 제거됩니다. 이때 체내 혈액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서 우리 몸은 주요 장기로의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말초 혈관을 수축시키고, 피부로 가는 혈류를 줄입니다. 이로 인해 피부에서 열 손실이 더욱 커지고, 환자는 추위를 느끼게 됩니다.
- 자율신경계 반응: 혈액량 변화에 대한 자율신경계 반응으로 혈관 수축이 일어나면서 오한, 떨림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.
- 기저 질환 및 환자 요인:
- 빈혈: 투석 환자는 만성적인 빈혈을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. 적혈구는 산소 운반뿐만 아니라 체온 유지에도 관여하므로, 빈혈이 심할수록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되어 추위를 더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.
- 영양 불량: 단백질-에너지 영양 불량은 체온 조절 능력을 약화시키고, 지방 및 근육량 감소로 체온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해집니다.
- 동반 질환: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으로 인해 자율신경계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저체온증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.
- 개인별 체질 및 추위에 대한 민감도: 환자 개개인의 체질이나 추위에 대한 민감도 또한 저체온증 발생에 영향을 미칩니다.
- 투석 환경 요인:
- 투석실 온도: 투석실의 실내 온도가 너무 낮거나 냉방이 과도하게 이루어지는 경우, 환자의 체온이 쉽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.
- 환자의 노출 부위: 투석 중 팔, 다리 등 신체 부위가 공기에 노출되면서 열 손실이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.
2. 혈액투석 중 저체온증, 어떻게 막을까? (예방 및 관리)
저체온증 예방을 위해서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과 투석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.
- 체온 조절 투석액 사용 (온투석):
- 원리: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투석액을 체온과 유사하거나 약간 높은 온도(약 37~38℃)로 조절하여 사용하는 '온투석'입니다. 투석기에는 투석액의 온도를 조절하는 기능이 내장되어 있어, 이를 통해 혈액이 체외로 순환하며 식는 것을 방지하고 오히려 체온을 적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.
- 의료진과 상의: 투석센터에서 온투석이 가능한지,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의료진과 반드시 상의해야 합니다.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, 경우에 따라 혈압 변동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의료진의 판단이 중요합니다.
- 환자 스스로의 보온 노력:
- 따뜻한 옷 착용: 투석 시에는 긴팔 옷, 긴바지 등 보온성이 좋은 편안한 옷을 착용합니다.
- 담요 및 덧옷 활용: 투석실에 비치된 담요를 충분히 활용하거나, 개인 담요를 가져와 덮는 것이 좋습니다. 발이 시리다면 양말이나 덧신을 신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.
- 핫팩 사용: 필요한 경우 의료진의 허락 하에 국소적으로 핫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. 다만, 화상에 주의하고, 혈관 접근로 부위에는 직접 사용하지 않도록 합니다.
- 투석 전 몸을 따뜻하게: 투석실로 오기 전에 미리 몸을 따뜻하게 하고,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.
- 투석실 환경 관리:
- 적정 실내 온도 유지 요청: 투석실 온도가 너무 낮다고 느껴진다면 의료진에게 실내 온도 조절을 요청합니다.
- 바람 막기: 창가나 에어컨 바람이 직접 닿는 자리는 피하고, 필요한 경우 가림막 등을 요청하여 바람을 막을 수 있습니다.
- 기저 질환 및 영양 상태 관리:
- 빈혈 관리: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빈혈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이 체온 조절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.
- 적정 체중 및 영양 유지: 영양 불량을 개선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전반적인 컨디션과 체온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합니다. 영양사와 상담하여 개인에게 맞는 식단을 유지합니다.
- 동반 질환 관리: 당뇨병 등 투석 환자의 동반 질환을 철저히 관리하여 자율신경계 기능 저하를 최소화합니다.
- 의료진과의 소통:
- 불편감 적극 표현: 투석 중 오한, 떨림, 추위 등 저체온증 증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립니다.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에 맞춰 투석액 온도 조절, 담요 제공, 혈류 속도 조절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수 있습니다.
- 개별적인 체온 조절 설정 논의: 환자 자신이 유독 추위를 많이 타거나 저체온증이 자주 발생한다면, 의료진과 상의하여 투석 시마다 투석액 온도 설정 등을 개인에게 맞게 조절할 수 있는지 논의합니다.
결론: 적극적인 대처와 편안한 투석 환경 조성
혈액투석 중 저체온증은 많은 환자들이 겪는 불편함이지만, 의료진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환자 스스로의 예방 노력을 통해 충분히 관리하고 완화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. 편안하고 안전한 투석 환경은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합니다. 투석 중 발생하는 모든 불편감은 사소하게 여기지 말고 의료진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며, 의료진 또한 환자 개개인의 컨디션을 섬세하게 살피고 맞춤형 대처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