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혈액투석과 고인산혈증: 인 조절을 위한 식사 및 약제 상세 가이드

by jinjjaru 2025. 6. 21.

혈액투석과 고인산혈증

혈액투석을 받는 말기 신부전 환자에게 '고인산혈증(Hyperphosphatemia)'은 매우 흔하면서도 중요한 합병증 중 하나입니다. 신장의 기능 저하로 인해 몸속에 인(Phosphorus)이 과도하게 쌓이는 상태를 말하는데, 이는 다양한 심각한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입니다. 인 조절은 단순히 식이 조절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, 약물 요법이 병행되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.

1. 고인산혈증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

  • 신장 기능 저하: 손상된 신장은 인을 효율적으로 걸러내지 못하여 혈액 내 인 수치가 상승합니다.
  • 불충분한 투석: 투석 치료를 받더라도, 투석 시간이 부족하거나 투석 효율이 낮으면 인 제거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.
  • 높은 인 섭취: 식사를 통해 과도하게 인을 섭취하면 축적량이 많아져 고인산혈증이 악화됩니다. 특히 가공식품에 첨가되는 인산염은 흡수율이 높아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.

2. 고인산혈증이 위험한 이유 (합병증)

혈액 내 인 수치가 높게 유지되면 다음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.

  • 신성 골이영양증 (Renal Osteodystrophy): 인 수치가 높으면 칼슘 수치가 낮아지고, 이는 부갑상선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여 뼈에서 칼슘을 빼내게 됩니다. 이로 인해 뼈가 약해지고 통증, 골절 위험이 증가합니다.
  • 혈관 및 연조직 석회화: 혈액 내 인과 칼슘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 벽이나 심장판막, 관절 등 연조직에 칼슘-인 복합체가 침착되어 혈관이 딱딱해지고 혈류를 방해합니다. 이는 심혈관 질환(심장마비, 뇌졸중)의 주요 위험 인자가 되어 사망률을 높입니다.
  • 피부 가려움증: 인 수치가 높으면 피부에 칼슘-인 결정이 침착되어 심한 가려움증(소양증)을 유발하며, 이는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킵니다.
  • 기타: 근력 약화, 관절 통증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.

3. 인 조절을 위한 식사 요법 (식이 관리)

인 조절의 핵심은 인 함량이 높은 식품의 섭취를 제한하고, 가공식품에 포함된 인산염 첨가물에 주의하는 것입니다.

  • 가장 중요한 원칙:
    • 천연 식품 위주 섭취: 가공도가 낮은 자연식품은 인 함량이 비교적 낮거나, 흡수율이 낮은 형태의 인을 포함하고 있습니다.
    • 가공식품 피하기: 인산염은 식품의 보존, 색깔, 질감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가공식품(가공육, 빵, 과자, 유제품 가공품, 인스턴트식품, 탄산음료 등)에 광범위하게 사용됩니다. 식품 라벨의 '인산', '인산염', '피로인산' 등 성분명 확인이 필요합니다. 인산염의 인은 체내 흡수율이 90%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.
    • 단백질 급원 관리: 단백질은 인과 함께 존재하므로, 적정량의 양질의 단백질 섭취를 유지하면서 인 섭취를 조절해야 합니다.
  • 인 함량이 높은 식품군 (섭취 제한 또는 주의):
    • 유제품: 우유, 치즈, 요구르트 등 유제품은 칼슘과 함께 인 함량도 매우 높습니다. 섭취량 조절이 필수적입니다.
    • 견과류 및 씨앗류: 땅콩, 호두, 아몬드, 해바라기씨, 참깨 등.
    • 콩류 및 두류: 콩, 팥, 녹두 등 콩류는 단백질과 함께 인 함량이 높습니다. 두부, 콩나물 등 콩 가공품도 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.
    • 곡류: 현미, 잡곡밥, 통밀빵 등 정제되지 않은 곡물. (백미와 흰 빵은 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음)
    • 초콜릿 및 코코아 제품: 코코아 가루, 초콜릿, 초코우유 등.
    • 콜라 등 탄산음료: 인산이 첨가되어 인 함량이 매우 높으므로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.
    • 가공육: 햄, 소시지, 베이컨, 어묵 등 (인산염 첨가).
    • 내장류: 간, 곱창 등 (인 함량이 높음).
    • 계란 노른자: 계란 흰자는 인 함량이 낮고 좋은 단백질원입니다.
  • 인 조절을 위한 요리 및 식사 팁:
    • 육류, 생선 조리 시 살코기 위주로 섭취하고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습니다. (국물에 인이 우러나옴)
    • 두부는 물에 여러 번 헹궈서 사용하거나 데쳐서 사용하는 것이 인 제거에 도움이 됩니다.
    • 가능한 한 직접 요리하여 가공식품 섭취를 줄입니다.
    • 식품 라벨을 꼼꼼히 확인하여 '인산염'이 들어간 제품은 피합니다.

4. 인 조절을 위한 약물 요법 (인 흡착제/인 결합제)

아무리 식단 조절을 잘 하더라도 음식에서 섭취하는 모든 인을 제한하기는 어렵습니다. 따라서 대부분의 투석 환자는 인의 흡수를 막아주는 약물인 '인 흡착제(Phosphate Binder)'를 복용합니다.

  • 인 흡착제란?
    • 식사와 함께 복용하여 음식물 내 인과 결합하여 인이 장에서 흡수되는 것을 막고, 변으로 배설되도록 돕는 약물입니다.
    • 약물이 인과 결합하려면 반드시 음식물과 함께 위장 내에 있어야 하므로, 식사 중 또는 식사 직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. 식사 30분 전이나 식사 후에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집니다.
    • 약물 복용 시 물과 함께 충분히 삼켜야 하며, 씹어 먹는 형태의 약물도 있습니다.
  • 인 흡착제의 종류:
    • 칼슘 제제 (Calcium Carbonate, Calcium Acetate): 가장 흔히 사용되는 인 흡착제입니다. 하지만 칼슘 함량이 높아 과도하게 복용 시 혈중 칼슘 수치 증가 및 혈관 석회화 위험이 있으므로 칼슘 수치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합니다.
    • 알루미늄 제제 (Aluminum Hydroxide): 강력한 인 흡착 효과를 보이지만, 장기 복용 시 알루미늄이 체내에 축적되어 뼈 질환이나 신경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어 주로 단기간만 사용됩니다.
    • 비칼슘/비알루미늄 제제 (Sevelamer, Lanthanum Carbonate, Ferric Citrate 등):
      • 칼슘이나 알루미늄을 함유하지 않아 혈관 석회화나 알루미늄 독성 위험이 적습니다.
      • 세벨라머(Sevelamer)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습니다.
      • 란탄 탄산염(Lanthanum Carbonate)은 소량만 필요하며, 페릭 시트레이트(Ferric Citrate)는 철분 보충 효과도 있습니다.
      • 주로 칼슘 제제로 인 조절이 어렵거나 칼슘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처방됩니다.
  • 약제 복용 시 주의사항:
    • 정확한 복용 시간 준수: 반드시 식사 중 또는 식사 직후에 복용합니다. (가장 중요!)
    • 의료진 지시 철저히 따르기: 약물의 종류와 용량, 복용 횟수는 환자의 혈중 인 수치, 칼슘 수치, 식사량 등을 고려하여 의료진이 결정합니다. 임의로 용량을 조절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됩니다.
    • 부작용 확인: 변비, 설사, 메스꺼움, 소화불량 등 위장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, 종류에 따라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. 불편감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알립니다.
    •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: 다른 약물(특히 항생제, 갑상선 호르몬제 등)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, 인 흡착제와 다른 약물을 함께 복용해야 한다면 최소 1~2시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.

5. 충분한 투석 시간 확보

식이 조절과 인 흡착제 복용 외에도, 충분한 시간 동안 혈액투석을 받는 것이 혈액 내 인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필수적입니다.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여 개인에게 적합한 투석 시간과 효율을 유지해야 합니다.

6. 정기적인 혈액 검사 및 의료진과의 소통

  • 주기적인 인 수치 확인: 혈액 검사를 통해 인 수치를 정기적으로 확인하고, 이에 따라 식이나 약물 복용 계획을 조절해야 합니다.
  • 영양사 상담: 신장 질환 전문 영양사와의 상담을 통해 개인의 식습관에 맞는 인 제한 식단과 조리법을 배우는 것이 매우 효과적입니다.
  • 의료진과의 지속적인 소통: 고인산혈증과 관련된 증상이나 식이, 약물 복용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문의하여 조언을 구합니다.

결론: 인 조절은 꾸준한 노력과 관심의 결과

고인산혈증 관리는 투석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. 이는 단순한 약 복용이나 식이 제한을 넘어, 환자 본인의 적극적인 관심과 꾸준한 노력, 그리고 의료진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루어집니다.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올바른 식습관과 약물 복용을 실천하고,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신의 인 수치를 관리한다면 건강하고 활기찬 투석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.